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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군은 Travel Maker/Vietnam

산채로 저승세계 나들이, 땀콕 (Tam coc)

 

 '육지의 하롱베이' 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땀콕.
하롱베이를 먼저 둘러보고 약간 실망했었던 저로서는 땀콕이 그다지 내키지 않았습니다.
기대치가 낮아서 였던걸까요, 잘못된 별명 때문일까요. 
땀콕은 하롱베이 보다도 훨씬 아름다운 곳 이었습니다.

 

▲ 노를 젓는 통통배를 타고 일대를 둘러보는 코스


땀콕이 어떤 지역일까 궁금했었는데, 알고 보니 석회암지대에 위치한 호수? 강 같은 곳 이었습니다.
그 곳을 2~3명이 탈 수 있는 보트를 타고 천천히 둘러보는 코스로 이루어져 있죠.
보트는 뱃사공이 직접 저어주는 노로 가기때문에 더욱 운치있게 느껴집니다.

 

▲ 두명씩 조를 이루어서 땀콕 원정 출발~!

덜컹거리고 삐걱거리는 배를 간신히 타고 배가 출발합니다.
배의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 않아서 걱정이긴 한데 수심이 그리 깊지 않다고 하네요.
허리까지 오는 물 높이라고 합니다.

 

▲ 한배를 타게 된 동료들

저와 함께 조를 이루어서 타게 된 사람은 Glen Davies.
영국에서 레저용품 관련 사업체의 오너라고 합니다.
노를 젓는 뱃사공 사이공모녀, 영국인 사업가 그리고 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네요 >_<

 

▲ 기암절벽을 병풍으로 하고 즐기는 물놀이

좁은 물길을 통통배 여러대가 줄지어 노저어 가네요.
뱃사공의 노젓는 소리따라 풍경화 속으로 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감탄사도 제대로 안나오게 멋있고 이색적인 풍경에 정신줄 마저 놓고 있는 걸까요. 

 

▲ 여기가 이승인지 저승인지 분간이 안가네

깎아지듯 가파른 절벽과  조용한 분위기 그리고 이색적인 체험이 어우러지니 형횽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 옵니다.
제가 느끼는 이 감동은 동서를 막론하고 똑같이 느껴지나 봅니다.
배를 타고 5분동안 한마디도 없었던 Glen이 먼저 말을 건네네요.
정말 멋있다고..

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죠. 
동양에서는 사후세계인 저승에 갈때 강을 하나 건넌다는 속설이 있는데
지금 내가 바로 거기 있는것 같은 기분이다~ 라고 말했죠
Gleln도 서양에도 똑같은 이야기가 있다며 거드네요 :) 

정말 사후세계가 있고 강을 거너는 곳이 있다면 이렇게 신비로운 분위기가 아닐까요. 

 

▲ 뱃사공이 노젓는 속도도 빠르게 느껴지게 만드는 아름다운 풍경

풍경이 너무 수려하다보니 뱃사공이 천천히 노젓는 속도마저도 야속하게 느껴집니다.
배를 탄 여행자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핀다고 정신이 없습니다.
사이공이 직접 모는 인력선, 정말 이곳과 잘어울리는 같습니다.
이런 곳을 커다란 유람선이나 모터달린 보트로 구경한다는 건 정말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네요.

  

▲ Glen 아저씨와 함께 하는 땀콕 투어

 

▲ 머리가 닿을 듯 아슬아슬한 동굴

이렇게 신선놀이 하는 거 처럼 배타고 경치 구경하니 좋긴 좋은데 언제 까지 이렇게 배를 타는 걸까..
이런 궁금증이 들었는데 아는 것도 많은 Glen은 땀콕은 3개의 동굴이라는 뜻이니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낮은 천장의 동굴을 3개 통과하고 돌아오는 일정일 것이라고 친절하게 가르켜줍니다.

 

▲ 멋진 인생을 사는 Glen

영국에서 부터 2달의 일정으로 혼자 세계 여행중인 Glen. 
투어를 함께 한 다른 외국인들 모두 커플이거나 친구와 함께 하는 여행객들인데
Glen은 어떠한 연유로 혼자 여행길에 올랐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습니다.
 

Glen은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만큼 휴가 일정을 자기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는 사장으로서의 특권이 있었는데,
매년 자신이 쓸수 있는 모든 휴일을 한꺼번에 모아서 이렇게 전세계로 여행을 다닌다고 합니다.
올해는 인도와 인도차이나반도국가들 그리고 남태평양의 바다에서 자신의 휴가를 보내는 일정으로 보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가족들은 개발도상국 여행은 비위생적이고 힘들다고 꺼려해서 혼자 여행길에 올랐다고 하네요.

50대의 나이가 다되어서도 자신의 인생을 살고 있고, 자신의 신념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Glen의 모습이 정말 멋있습니다.

 

▲ 땀콕 휴게소?!

배가 동굴을 3개 지나고 반환점을 다해 왔을때 쯤 눈앞에 또다시 예상치 못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배위에 각종 먹을 것을 잔뜩 재워놓고 방문한 여행객들을 향해 사먹으라고 강요하는 것이었죠. 

 

▲ 커피를 미리 말아버리는?ㅋ

이제 보니 배를 모는 뱃사공팀 과 매점팀이 미리부터 짝이 정해져있어서 관광객들로 하여금 
안사먹고는 눈총따가워 못견디게 만드는 작전으로 운영되고 있었던 것같네요. 
상술이 놀랍습니다.

 

▲ 어쩔 수 없이 커피값을 지불하는 Glen

그런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배를 모는 뱃사공 부터 배위 매점의 상인까지 모두다 여자들 밖에 없네요.
베트남도 우리 나라 처럼 역사적으로 전쟁과 침략을 받은 역사가 많아서 여성들이 강하다고 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로 그런가 봅니다.
일하는 남자모습은 찾기가 힘드네요. 

 

▲ 아름다운 땀콕

 

▲ 여행자들의 뱃길이 끊기지 않는 땀꼭

다시 수려한 풍경속으로 노를 저어 계속 갑니다.
다음 번에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하게 될 일이 생긴다면 꼭 다시 한번 들리고 싶은 곳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만큼 경치도 멋있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좋은 곳이랄까요.

 

▲ 노를 바꾸어 젓기 시작하는 Glen

배를 젓던 모녀가 지쳤는지 농담식으로 노를 한번 저어 보지 않겠냐고 권유해봅니다.
체험형 여행을 선호하는 Glen과 저는 바로 승낙했습니다:)

 

▲ 가족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을 하는 Glen

'Glen은 원래 부터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걸까?'

글렌에게 물어보니 혼자하는 여행도 즐기지만 그래도 가족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단다.
내친김에 품에서 가족사진까지 꺼내서 환한 미소로 가족소개와 딸자랑을 합니다.
Glen도 영락없는 딸바보네요:) 

그런데 딸의 미모가 장난이 아니네요!!! @,@
'장인어른~!!!' >_<

 

▲ 오리떼도 평화로워

 

▲ 산채로 둘러보는 저승세계


땀콕투어는 이렇게 배를 한바퀴 타고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마치 저승세계 유람을 한번 하고 나온 기분이랄까요.
이 기분대로 남은 인생도 행복하고 후회없이 살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