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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군은 Travel Maker/Morocco

모로코 가정의 모습 [모로코 사람들의 진한 정(情)]


쇼키와 레드원 그리고 마멧과 함께 카사블랑카 시내구경을 마치고 고모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고모님집에는 모든 가족이 모여 있었죠.
모든 가족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서 한국의 모습을 생각 안할 수 가 없었습니다.
문화, 종교, 언어, 환경 모든 것이 다른 나라 모로코 이지만, 한편으로는 한국과 똑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모로코 입니다.
바로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가족'이라는 것이죠.


고모님식구들과 함께 한 행복한 시간

이제는 익숙해진 모로코 사람들의 첫번째 저녁식사 evening breakfast를 먹고난 후 온 가족이 이렇게 둘러 앉아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다정하고 배려심많은 저에게 쇼키(Chaouki)는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는 한국에 대한 모든 것을 풀어 놓습니다.

쇼키의 한국에 대한 지식은 저에게 놀라움을 넘어서 닭살을 돋게 할 정도로 감동을 주었습니다.
오전에 이미 이야기를 했었던 한국기업 삼성, 기아, 현대, LG를 알고 있었던 것은 시작에 불과했었습니다.
쇼키는 1988년 서울올림픽(모로코 대표선수가 금메달을 땄었다고 합니다), 히딩크감독의 한국명예시민권 획득사실, 한국에서 맨유가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 (박지성이라는 월드클래스선수가 맨유에 있기때문이라는 사실도), 안정환이 2002년 월드컵에서 이탈리아 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페루자축구팀에서 쫓겨났었었다는 것 까지 기억합니다.

한국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근처에 위치한 이웃나라 국민도 아닌데도 이렇게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쇼키에게 제가 어떻게 호감을 가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그러한 나라에서 온 저를 누구보다 소중한 친구, 가족의 일원으로 대하여 주는 고모님 식구 모두 덕분에 입가에 미소가 멈추지 않을 정도로 행복 했었습니다.


Mehdi와  Yesmine 그리고 ghizlame

메디(Mehdi)는 마멧의 사촌으로 고모님의 셋째아들입니다. 항상 축구 유니폼을 입고 다니고, 축구동호회에서 선수를 매일 뛸정도로 축구광팬입니다.
아마도 마멧이 런던에서 마지막날 첼시유니폼을 기념품으로 샀었을때, 메디를 위한것이었나 봅니다.

예스민(Yesmine)은 2살, 한국식으로는 3살이겠네요. 너무 이쁘게 생긴 아기입니다^^
오전에만해도 저를 조금은 경계하던 예스민은 아빠 쇼키가 안심시켜준 덕분에 이제는 저에게도 와서 잘 안깁니다.
세상에 이렇게 귀여운 동생이 또 있을까요..
이 날 저녁 예스민만 보고 있어도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예스민의 재롱잔치에 푹 빠졌었습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이웃집에 사는 Ghizlame 입니다. 도저히 너무 어려운 발음이어서 따라할때마다 다 틀렸다고 하네요;;
이 친구는 프랑스에서 유학경험을 했었던 친구라서, 저에게 이것저것 외국생활에 대한 어려움, 고충들을 함께 이야기 나눴었습니다.

장난치는 마멧

집안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 꽃을 즐겁게 피우기도하고 예스민의 재롱잔치를 보기도하고.. 집안에 웃음소리가 멈추지가 않습니다. 이건 머랄까요..
한국의 명절이 그대로 연상됩니다.

집떠나온지 7개월이 다되어 가는데도, 솔직히 여태껏 집이 그립다거나 한 적이 없었는데요..
이렇게 화목한 가족들과 있다보니 어느덧 저도 한국의 집이 생각 나기 시작합니다.


예스민을 안고 고모님과 함께


고모님은 오전에 방문했었던 세라젬 마사지 기구에대해서 다시 한번 물어보십니다.

세라젬이 한국에서도 유명한 기업이냐
세라젬기구를 사는 것은 어떻겠느냐
지금 이 곳 카사블랑카에서는 인기가 폭발적이다

모두다 솔직한 제 생각으로 답변을 드리니 좋아하십니다.

밤은 깊어가고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또 다시 쇼키의 마술쇼가 시작됩니다.
정말 재주도 많습니다. 마술이면 마술, 유머면 유머, 친화력, 한국에 대한 지식 그리고 자신에 일에는 누구보다 열성적인 쇼키.
쇼키가 저에게 마음을 열어주는 것 이상으로 저도 무언가 보답하고 싶은데 제가 그에게 해 줄수 있는 것은 얼마 없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한국기념품이라도 많이 챙겨오는건데..


마멧과 함께


이제야 왜 마멧이 고모집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고모님에대해서 자주 언급을 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제가 마멧이라도 이렇게 행복한 곳을 놔두고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지 않을것이 분명하거든요.



예스민의 다정한 삼촌 메디

2살예스민의 누구보다 친한 친구이자 다정한 삼촌인 메디 입니다.
메디가 예스민과 놀아주는 것을 보면 정말 이렇게 애기랑 잘 놀아주는 삼촌이 또 있을까 싶을정도로 잘 놀아줍니다.
예스민에게 베개를 멀리 던지는 시늉을 하다가 등뒤로 숨기고는 없어졌다고 놀래키고..
목마도 태워주고, 말장난도 해주고, 저도 이렇게 다정한 남자가 되어야 할텐데요^^


메디 삼촌 곁에서 떨어질 줄을 모르는 예스민

아.. 귀엽다

팔씨름 타임

한참 웃음꽃을 피우던 거실에서, 갑자기 메디가 팔씨름 대항전을 제의 합니다.
영문도 모르고 저도 얼떨결에 참가하게 되었죠.

한국대표로 참가한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모로코 대표는 메디입니다. 매일같이 축구를 하면서 체력을 다져온 메디가 첫상대라서 더욱 긴장되더군요.

하지만 결과는 한국대표의 승리~!!


패배....

연달아서 쇼키가 나섭니다.

읔;; 최소한 쉴시간은 줘야지 ㅜㅜ


항의 할까 하다가 바락바락 우겨되면서 이겨봤자 뭐 좋겠나 싶어서 그냥 합니다.(쉬고 했더라도 졌을것 같긴 하지만요)
마멧도 이번에는 경고를 하더군요. 쇼키는 이집에서 힘이 젤 쎄다고 말이죠.

아쉽게도 한국대표는 결승전에서 패배하고 맙니다.

뒤늦게 합류한 알리드완

알리드완은 쇼키의 Brtother in law 라고 하니깐,, 한국에서는 처남이겠네요.
처남도 근처에 살아서 고모님 집에 자주 놀러온다고 했습니다. 정말 사돈이건, 이웃이건 경계가 없는 큰 울타리의 가족이네요.
그렇다고 이 사람들 사이에서 서먹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가 없습니다.
나이많은 고모님이건, 사돈인 알리드완이건, 이웃인 Ghizlame까지 모두가 한가족이네요.

어쨋건, 알리드완은 쇼키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패배를 설욕하고 싶은 알리드완

분했던 알리드완은 저에게 승부를 다시 제의합니다.
이번에는 휴식을 충분히 취했던 저 역시 알리드완을 가볍게 제압합니다.


멈추지 않는 승부욕의 화신 알리드완

다시한번 패배를 설욕하고 싶어했던 알리드완은 메디에게 마지막 도전장을 내밉니다.
하지만... 알리드완은 그정도로 강하지가 못했죠 ㅡㅜ

3전 3패

알리드완 덕분에 저를 포함한 모든가족들이 웃느라고 배꼽이 빠질 지경이었습니다.

여자부 경기

마멧의 사촌동생 hind가 ghizlame 과 여자부 경기를 치릅니다.
긴장하고 있는 hind와 달리 여유로운 ghizlame

예상과 달리 ghizlame이 첫경기를 너무 가볍게 져버린다 싶더니..


넋이 나간 hind

다음판에 곧바로 제실력을 발휘해서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hind를 제압합니다.



팔씨름 타임이 끝나고 곧바로 저는 조금 난처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바로 요주의 인물 알리드완이 저에게 '이슬람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느냐'고 질문을 해옵니다.
사실 이 질문은 제가 지금 느끼는 그대로,
모로코사람들의 착한마음과 배려심을 보고 감동받았다. 틀림없이 이슬람교는 대단한 종교일 것이다.
라고 답변을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만족을 모르는 알리드완은 곧바로 본래 하고 싶었던 질문을 해옵니다.
나의 종교가 무엇인지 물어봅니다.

제가 여기서 큰 착각을 하고 있었었죠.
저는 이슬람교가 너무 엄격한 종교라고 생각했던 나머지, 다른 종교는 모두 부정할 것이라고 생각했었었죠.
(하루에 다섯번은 기도하라, 할람을 거치지 않은 식재료는 먹으면 안된다 등등)
그래서 저는 '종교를 갖고 있지 않다' 는 대답이면 논란을 피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대답으로 인해서 더욱 흥분한 알리드완을 볼 수 가 있었습니다.

종교없이, 신없이 어떻게 개인의 안녕을 추구할 수 있느냐
사후의 일이 걱정되지 않느냐
 


헙.. 예상과 다르게 더욱 심각한 철학적인 토론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쇼키와 마멧이 말리고 있었지만, 알리드완은 쉽게 멈출 청년이 아닙니다.^^; 
저는 마냥 화목하고 즐거웠던 저녁시간이 이런 철학적인 토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혀 기대는 못했었지만, 곧바로 생각을 정리하고 성실한 대답을 해줬습니다.

사실 모로코에 오기 전까지는 종교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할 기회가 없었다.
그건 나 뿐만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현상이기도했다.
그래서 신을 믿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모로코 사람들의 자신의 것에 만족하는 것을 아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생각 할 수 있었다.
오늘날 한국 그리고 많은 서방국가의 사람들은 만족하는 법을 모른다. 
그래서 더욱 많은 욕심에 쫓겨서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기도 하다.

이번 모로코방문이 나에게 더욱 특별한 것은 당신과 같이 종교앞에 신실하고 만족하는 삶을 보여주는 모로코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이다. 종교에 대해서 앞으로 꼭 한번 더 생각해 볼 것이다.

나의 진실된 답변이 통했던지, 알리드완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혹시나 무례했다면 용서하라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이슬람교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해놓은 웹사이트 3군데를 알려줍니다.
정말 이렇게 열성적인 청년이 또 있을 수 있을까요.
알리드완의 알수 없는 매력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고모님 식구들과 하는 내 생에 가장 특별한 시간


이렇게 머나먼 서쪽나라 모로코에서 새로운 가족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마멧의 고모님은 어느새 제 고모님이고, 마멧의 사촌들도 제 사촌이고 절친한 친구들이 되었습니다.
우리 가족의 이야기꽃은 밤새 질 줄을 모릅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이날 밤 나누었던 이야기 토막

※ 제 이름 sungmin은 이슬람문화권에서 자주쓰이는 이름 Sami(쌔미) 와 발음 이 비슷하다고 합니다.
     게다가 뜻도 'high', 'high worth' 라는 좋은 의미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 '아버지'는 아랍어로도 '아버지' O.o

※ '엄마'는 아랍어로 '마마' '아빠'는 '바바'

※  항상 잠을 많이 자는 모로코 사람들을 스스로 희화화 한 농담
     모로코인이 오전 10시 11시 까지 일어나지 않고 잠만 자고 있으니, 중국인이 이 사람은 틀림 없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내다버렸다고 함

※ 양손을 합장하고 인사를 건네면서 힌드. 저는 그녀에게 합장하면서 고개를 숙이는 인사법은 한국식이 아니라 
    중국식이라고 알려줬습니다. 그러자 한국식은 어떻게 하냐고 되묻는 고모님 식구들.
    저는 기쁜마음으로 45˚ 상체를 숙이는 한국식 인사법을 가르쳐 줍니다.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는 식구들.

※ 헤어지는 시간, 10명이 넘는 대가족이 모두 마중나와 나에게 45˚ 상체를 숙이면서 인사를 건넵니다.
    눈앞에 눈물이 핑돕니다. 이들의 재치에 웃음이 멈추지 않기도 하지만, 가슴속에서 부터 벅차오르는 뜨거운 이 감동을
    어떻게 설명 할 수 가있을까요.




누군가 '네 생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은 언제냐'고 묻는 다면,
저는 모로코의 제 가족, 고모님 식구들과 함께 했던 이날 저녁을 꼽을 것 입니다...

26년 제 짧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특별했던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