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영국인 집에서 이틀밤씩이나 어떻게 지내지 걱정했었는데, 어느덧 마지막 날 아침입니다.
내방에서 잔것마냥 푹 자고 일어나서 오전 10시기상. 옆방에 마우리츠를 살펴보니 마우리츠도 방금 막 일어난 듯했습니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오후 3시 30분에 미들스브러를 출발하는 런던행 코치를 타는 것.
대략 6~7시간정도 여유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과연 무엇을 하면서 보낼려나..
컴퓨터 관련학과 답게 책상위에 모니터 2개는 기본이고, 방안에는 여기저기 조립하다만 컴퓨터 부속품들이 잔뜩입니다.
마우리츠는 2시간만 더 기다렸다가 런치스페셜이 맛있는 펍에 갈 것을 제안했고, 나는 양이 많다는 소리에 두말 할것도 없이 OK를 했습니다.
주택가에 위치해서인지,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고 동네 아저씨들 위주의 손님인 조용한 카페.
우리는 마우리츠가 강추하는 선데이로스트 메뉴를 시켰습니다.
마우리츠 말로는 일요일 점심시간부터 제공되는 이 메뉴는 양도 맛도 최고랍니다 0.0
이튿날이나 숙소신세에 가이드 신세를 지게 된것이 너무나 고마웠던 박군은 마우리츠의 몫 까지 계산했습니다.
(당연한건가...)
가격은 한사람당 6파운드씩, 총 12 파운드!
거기다 주스 한잔에 1파운드씩 해서 총 14파운드 지출!!
은인을 위한 작은 성의인데 이정도는 ..... (쿨럭;; )
Lamb은 양고기라는데, 마우리츠는 이 요리를 제일 좋아한답니다.
보기에는 맛있어 보이는데,, 흠,, 저번에 마멧이랑 이집트 요리집에서 Lamb 시도했을때 그다지 맛있다고 생각되지 않길래 나는 skip.
이건 English Breakfast 보다도 양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 이정도는 되어야 많다고 할 만하지 ㅎㅎㅎ
솔직히 랭귀지스쿨 티쳐 이안이 양이 많다고 추천해줬던 English Breakfast는 나한테는 그저 적당한 수준?
그치만 여기 이 까페의 런치스페셜은 정말 많았다. 감자 여러개에 소고기 3점, 요크셔푸딩 2개, 토스트 1개, 콩, 당근, 그리고 파슬리 까지.. 와우 감동인데. 이정도면 6파운드 안아깝다 그래!! ^0^
푸짐한 양 덕분에 영국와서 처음으로 다 못먹고 남기는 사태를 초래하였습니다.
삐쩍 말라보이던 마우리츠도 다 먹었는데;; 역시 저 정도로 큰키 유지할려면 많이 먹어야 하는구나
다음으로는 볼 것없고 할 것없다는 미들스브러에서 유일하게 마우리츠가 좋아하는 Albert Park 를 걸었습니다.
작은 도시규모를 생각해보면, 제법 런던의 공원들 처럼 잘 가꾸어 져있었습니다. 호수에 넓은 잔디밭에 거대한 가로수나무까지.. 역시 공원의 나라 영국
이게 가을되면 밤이 된다는데.. 우리꺼랑 완전히 다르게 생겼는데?? 0.0
다음으로는 알버트공원 옆에 위치한 작은 박물관에 들렸습니다. 이곳은 미들스 브러지역의 역사를 선사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 까지 관련 전시품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곳입니다. 물론 입장료는 무료.
미들스브러의 역사를 소개하는 박물관 한켠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북한 국기를 발견하였습니다.
사실 딱히 관심 없는 미들스브러의 역사보다는, 이쪽이 더 관심이 갔죠.
북한 국기 밑에는 한 술 더떠서 누가 낙서를 해 놓은 듯한(?) 고려청자 까지 전시 되어있었습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서 옆의 전시물들을 계속 둘러보는데
아~ 그럼 고려청자에 낙서 한것이 아니라 선수들 사인이고, 북한 국기는 축구대표팀 관련 전시물 이었던 건가?
알고보니 1966년 영국 월드컵에 참가했던 북한 선수들을 기리기 위해서 마련된 전시 코너 였습니다.
그리고 관련 행사로 2002년에 실제로 그 당시 대표팀 선수들 중 생존자 5명을 이 곳 미들스브러로 불러서 관련 행사도 진행했다고 한다. 음,....
그러고보니 미들스브러 도시가 한국과 인연이 있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북한이라는 나라가 월드컵 경기 3경기를 (우수한 성적으로) 이곳에서 다 치르기도 했고 이동국이라는 한국 축구선수가 프로팀에서 활약하기도 했구요.
박물관 구경을 무사히 다 마치고 난 후, 마우리츠는 이제 할 것이 다끝났다는 표정으로 미들스 브러는 이제 더이상 보여 줄것이 없으니 어떻게 하고 싶냐고 내 의견을 물었습니다. 나는 영국대학생은 어떻게 공부하고 학교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던 터라 주저할 것 없이 여기서 너네 학교가 가깝냐고 물었습니다. 마우리츠는 항상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서 통학 한다며 멀지 않은 거리라고 했고, 나는 학교구경을 시켜달라고 했죠.
tee는 미들스 브러를 흐르는 강이름이니깐 teeside는 우리로 치면 'tee강변 대학' 정도?
이 teeside대학은 미들스브러에는 한 곳 밖에 없는 대학교이고, 마우리츠는 수준 있는 대학교중 한 곳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긴 가족들 다있고 좋아하는 런던을 포기하고, 그렇게 싫어하는 미들스브러에서 살면서 학교를 다니고 있으니 꽤나 높은 수준의 학교인 모양입니다.
마우리츠는 내친김에 자신의 교실구경까지 시켜주겠다며 자신의 소속 단과 대학건물로 나를 안내했습니다.
학교 건물은 무인경비 시스템이었고, 마우리츠의 학생증 카드를 가져다 되니깐 문이 자동으로 열렸습니다.
와우 마우리츠 너 이학교 학생 맞구나 ㅋㅋ
마우리츠는 컴퓨터게임제작 관련 학과에서 공부중인 대학생으로, 때문에 컴퓨터게임 강국인 한국을 자연스럽게 많이 알고있었습니다. 피씨방이라던지 스타크래프트 열풍이라던지...
잠깐 마우리츠는 화장실을 간다고 자리를 비우고 나 혼자서 강의실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여기가 미대인지 공대인지;; 미술용품도 많고 컴퓨터도 많고 그랬죠.
그러다가 옆 강의실쪽을 힐끔 쳐다보다가 심장 멎을뻔.
왠 사람이 미동도 않고 벽에 기대어 서서 있는 것 아닌가요.
머라고 말해야 하지 ;; 마우리츠도 없는데
사람 깜짝 놀래킬려고 세워놓은건가..
역시 미대인지 공대인지 분간이 안가는 곳입니다.
마우리츠에게 물어보니 실제로 모델을 섭외해서 누드화를 그린다고..
아..부럽다 ㅡㅜ
이렇게 마우리츠의 대학교 탐방까지 끝내고 드디어 집에 갈 시간이 왔습니다.
길고도 짧았던 2박 3일간의 영국친구와의 여행을 마무리 하고 집에 갈 준비를 다하고 마우리츠와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었습니다.
2일 밖에 지내지 않은 곳이지만 벌써 '정'들어서 떠나기 쉽지 않구나..
이 말을 마우리츠에게 해주면서 '정'이 란것의 개념을 설명 할려고 시도 했습니다.
그러나,,. 반만 알아듣고 반은 이해를 못하는 듯 ^^;; 마우리츠는 다른 한국인 친구에게 물어보겠노라며 걱정말라고 했습니다. 아직 내 영어 실력으로는 부족하구나 OTL
버스는 비까지 내려서 인지 8시간 30이나 걸려서 런던에 도착하였습니다. 미들스브러 올라갈때는 피곤해서 곧장 잔다고 잘 몰랐는데, 맨정신에 꼼짝도 못하고 8시간넘게 버스 탈려니 어지간히 처럼 힘든일이 아니었습니다. -_-
런던에 산지 얼마나 됐다고 빨간 2층 버스 보니깐 반갑네요.
드디어 런던이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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